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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룩 업] 기후위기 속 밈에 중독된 현실도피 사회

by bluebasketb 2025. 4. 1.

돈룩업 영화 그자체 이미지
돈룩업 영화 그자체 이미지


넷플릭스 영화 돈 룩 업, 제목과 캐스팅부터 흥미진진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 제니퍼로렌스, 메릴스트립, 티모시 샬라메 게다가 아리아나 그란데까지. 말도 안 되는 사람들이 다 나오는데 안 볼 수가 없지. 어떻게 이런 초호화 캐스팅을 해냈는지 신기합니다. 하지만 보고 나면 생각이 조금 많이 복잡해집니다. 혜성이 지구를 향해 오고 있고, 누가 봐도 심각한 상황인데, 등장인물 대부분은 심드렁하거나 그 상황을 가지고 웃고 떠들기 바쁩니다. 생각해 보면 그게 꼭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세상이 망해가는 걸 알면서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지금 현실 반영 100% 였습니다. 영화 보는 내내 기후위기도 그렇고 저런 무관심이나 자극적인 인터넷의 밈 사용 등 나도 잘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마음 어딘가가 불편했다네요.

기후 위기 보다 진짜 무서운 건 무관심

혜성이 곧 떨어진다는데 이런 미친 상황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과학자들이 열심히 경고하고, 숫자와 데이터를 내밀어도 정작 뉴스에선 그걸 예능처럼 다루고, 정치인들은 눈앞의 표 계산만 합니다. 현실과 겹쳐 보이면서 여러 번 씁쓸하게 웃게 만들었습니다.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보고 있는 풍경과 그냥 똑같습니다. 뉴스에서 과학자가 말하는 걸 흘려듣고, 더 자극적인 콘텐츠에만 관심이 가는 요즘 모습. 혜성이 점점 가까워지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하늘을 보지 말자며 캠페인을 하고, 해시태그를 달고, 밈을 만들어 유행을 만들어냅니다. 정말 위기일까? 진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확실한 증거가 있어도 믿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작동하는 순간들이 영화 곳곳에 보입니다. 물론 음모론이나 실제로 과하게 부풀려지면 또 다른 문제가 터지기는 하지만 다들 실제 상황으로 인지를 잘 못합니다. 스스로 괜찮다고 믿고 싶어 하는 심리, 무언가 불편한 현실을 감당하지 않기 위한 회피, 그런 감정들이 잘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그게 인간의 본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한 랜들 박사와 제니퍼 로렌스가 맡은 케이트는 계속해서 사실을 전하려 합니다. 하지만 대중은 과학자의 진지함보다 그들의 말투나 표정, 옷차림에 더 관심을 갖습니다. 불편한 소식을 전하는 사람은 점점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고, 조롱과 공격을 받습니다. 우리 인간들이 다 죽게 생겼다고 하는데 정작 관심은 엉뚱한 데로 흘러가버립니다. 지금도 경제 상황이고 기후고 뭐고 지구가 정말 끝나가는 게 아닌가 라는 느낌이 참 많이 드는데, 영화 보고 있으면 답답함이 2배! 이 장면들을 보며, 우리도 얼마나 자주 겉모습이나 쓸데없는 것들에 집착하고 있나 돌아보게 됐습니다. 하늘에서 커다란 돌덩이가 떨어지는 것보다, 그걸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무관심이 훨씬 더 위협적일 수 있다는 메시지가 계속 마음에 남았습니다.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은 되는지, 이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찾기보다도 다들 회피하고 있는 것일까요. 현실을 직시하는 일은 불편하지만, 그 시작이 없이는 어떤 해결책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밈에 빠져 현실도피하는 사회

돈 룩 업이 더 현실같이 느껴졌던 이유는 엔터테인먼트로 바꿔버리는 사회의 모습을 아주 날카롭게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혜성이 오고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걸 리액션 영상으로 만들고, 가수는 그걸 주제로 노래를 발표하고, 해시태그 챌린지가 SNS에 퍼집니다. 위기의 본질은 점점 가려지고, 콘텐츠로 가공된 껍데기만 남습니다. 너무 현실같아서 웃긴데 동시에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위기조차도 상품처럼 소비되는 것은 정치계에서도 자주 쓰는 일이고 일반 사람들도 그런 꼬임에 쉽게 넘어가곤 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수 라이리 비가 부른 Just Look Up은 원래는 경고의 의미를 담은 노래였지만, 사람들은 그 의미보다는 멜로디와 댄스 챌린지에 더 열광합니다. 틱톡이나 숏츠에 많이 뜨는 콘텐츠 찍어서 유명세 타는 셀럽이라던가. 누가 진심으로 하늘을 올려다보았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노래를 듣고, 챌린지를 찍고, 조회수를 올렸느냐였습니다. 현실에서도 진지한 메시지가 감성 콘텐츠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수록 그 메시지는 점점 흐릿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얘기일수록, 자극적인 포장 속에 본질을 잃기 쉬운 게 요즘의 정보 소비 방식 같습니다.

요즘처럼 수많은 정보가 하루에도 몇 번씩 쏟아지는 시대엔, 무거운 이야기도 금방 지치게 됩니다. 너무 많은 경고를 들으면, 어느 순간부터 감정이 무뎌지는 느낌도 들고 그냥 일상처럼 넘기게 됩니다. 영화 속에서도 그런 장면이 여럿 보입니다. 케이트는 생방송 중에 화를 내고, 그 장면은 순식간에 밈으로 소비됩니다. 진심을 담아 말해도, 그게 웃긴 장면으로만 남는다는 게 씁쓸했습니다. 감정은 진지할수록 다루기 어려운데, 디지털 공간에서는 그조차 편집의 대상이 되니까요. 이 영화가 무서운 이유는, 지금 우리가 사는 방식과 너무나도 겹쳐지기 때문입니다. 위기 앞에서도 진지하지 못하고, 두려운 마음을 웃음으로 감추고, 결국엔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흘려보내는 방식. 오존층이 파괴되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1도씩 오르고 있다, 곧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 된다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수없이 들어왔는데 나아진 것은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내 모습도 반성하게 되고, 그냥 흘려보낸 수많은 뉴스와 경고들이 떠올랐습니다.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문화 풍자의 힘

장르는 블랙코미디지만, 보는 내내 유쾌한 웃음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영화가 보여주는 세상이 낯익어서, 중간중간 반성과 함께 불편함이 더 많이 느껴졌습니다. 등장하는 인물들 대부분은 현실에 있을 법한 인물들을 조금 과장한 정도였고, 상황들도 전혀 낯설지 않았습니다. 대통령, 언론, 기업가, 연예인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그 익숙함이 웃음을 멈추게 만들고, 더 이상 농담처럼 받아들이지 못하게 했습니다. 영화 아니고 다큐멘터리 아닌지. 블랙코미디의 특징은 웃음 속에 진짜 문제를 담아내는 데 있는데, 그걸 꽤 잘 해냈습니다.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계속 불편하게 만드는 장면들과 결말로 갈수록 그 불편함이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사람들은 마지막까지 서로의 눈을 피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며, 그저 이전처럼 살아가려 애씁니다. 혜성이 지구에 떨어지는 순간에도, 책임지는 이는 없습니다. 끝이 다가와도, 사람들은 그냥 흘러가듯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혜성 떨어지면 이렇게 될 것 같아서, 예고편 같아서 조금 무섭네요.

엔딩은 시끌벅쩍하게 지나갔던 경고에 비해서 조용합니다. 전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진심이 나오고, 그때는 이미 늦어버렸죠. 세상이 망하는 장면보다, 그걸 앞두고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 무거운 장면보다, 무표정하게 일상처럼 받아들이는 표정들이 오히려 더 잊히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눈앞에 닥쳐버려서 포기해버린 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경고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 전염병, 정치 불신 같은 문제들이 매일 뉴스에 나오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그 뉴스들은 다 피로하게 느껴지고 항상 있는 일이라고 취급하게 됩니다. 영화는 그런 현실을 보란 듯이 드러내고, 그 안에 담긴 질문들을 우리에게 넘겨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돈 룩 업은 혜성 떨어져서 지구가 죽었어요 하는 이야기보다, 그걸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를 통해 지금 사회의 여러 문제를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졌습니다. 블랙 코미디라 웃기긴 하는데, 블랙코미디라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블랙코미디 아니고 다큐멘터리 혹은 인간 극장 같아서 현실이 훅 다가오는 느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