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언터쳐블 언터쳐블 1%의 우정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로 꼽히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처음 봤을 때보다 시간이 지나 다시 봤을 때 더 따뜻하고 묵직하게 다가왔던 영화 중 하나입니다. 아마 첫 프랑스 영화가 언터쳐블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이 더욱 감동을 가져왔습니다. 두 사람의 우정이나 계급을 넘는 이야기라는 것을 넘어 전혀 닿을 수 없을 것 같던 두 사람의 인생이 만나며 자연스럽게 서로를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오는 감동이 오래 남습니다. 프랑스 영화 하면 뭔가 어렵고 철학적인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ㄴ즌데 언터쳐블은 제 선입견을 깨준 영화였습니다. 진지하면서도 무겁지 않고, 유쾌하면서도 가볍지 않아요. 웃기다가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지고, 슬퍼야 할 장면이 꼭 눈물로 이어지진 않지만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그냥 좋은 영화였다 정도로 끝나지 않고 행복한 감정으로 눈물이 나게 됩니다.
인간의 벽을 허문 프랑스 코미디의 진화
이야기의 시작은 필립이라는 부유한 귀족 남성이 새로운 간병인을 찾는 면접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여기에 엉뚱하게도 실업수당 서류 하나 받으려고 온 드리스가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그는 전형적인 면접에 어울리지 않는 말투와 태도를 보이지만, 오히려 그게 필립에겐 강하게 다가옵니다. 왜냐하면 필립은 이미 수많은 형식적인 관계에 지쳐 있었고, 진심을 가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겁니다. 드리스는 처음부터 솔직합니다. 예의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격식보다는 편안함이 우선인 인물입니다. 그 자유로움은 필립의 삶에 새로운 공기를 불어넣습니다. 고통을 줄이기 위한 간병인이 아니라, 일상의 무게를 덜어주는 친구처럼 다가오는 그 태도는 필립을 웃게 만듭니다. 마비된 육체만큼이나 감정도 얼어 있었던 필립은 드리스의 존재 덕분에 조금씩 숨을 쉬게 됩니다.
두 사람은 모든 것이 다릅니다. 사는 동네, 말투, 음악 취향, 좋아하는 음식까지. 그런데도 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서로가 갖지 못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필립은 드리스를 통해 다시 세상을 바라보게 되고, 드리스는 필립을 통해 책임이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 변화는 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라, 장면 장면의 쌓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됩니다. 초반엔 어색하기만 했던 관계가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를 의지하게 되고, 결국엔 친구가 됩니다. 관객은 이 흐름을 따라가며, 진짜 우정이라는 게 어떤 모습인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서로 닮지 않아도, 경험이 달라도, 사람은 결국 마음으로 연결된다는 걸 이 영화는 조용히 보여줍니다.
프랑스 영화의 국경을 넘은 공감의 매력
언터쳐블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유머의 쓰임새입니다. 억지로 웃기려 하지 않고, 인물들의 말투나 행동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웃음이 많습니다. 필립의 클래식 음악 취향과 드리스의 힙합 취향이 충돌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웃음이 나지만, 그 이면에는 두 사람이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이 숨어 있습니다. 이 영화는 감정적으로 과하지 않습니다. 눈물을 유도하려 하지도 않고, 음악이나 연출로 감정을 밀어붙이는 방식도 사용하지 않죠. 오히려 담담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 관객 스스로 감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어떤 장면은 말없이 끝나기도 하고, 어떤 감정은 캐릭터의 표정이나 몸짓으로만 전해집니다. 그런 절제된 표현이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줍니다.
필립과 드리스가 함께 겪는 에피소드들은 별거 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서 삶의 핵심들이 드러납니다. 함께 웃고, 함께 여행하고, 작은 장난을 치는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지만, 그 안에는 서로를 향한 신뢰가 점점 쌓여갑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그로 인해 변화가 생기는 모습이 영화 전체를 통해 서서히 그려집니다. 음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클래식과 현대음악이 교차되며 흐르는 배경음은 두 사람의 차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 차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도 함께 보여줍니다. 음악은 그 자체로 하나의 언어가 되어 인물들의 감정을 대신 말해줍니다. 단순한 사운드트랙이 아니라, 감정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들은 마지막까지도 무리 없이 흘러갑니다. 억지스러운 반전이나 감정 폭발은 없습니다. 오히려 잔잔하게 마무리되기 때문에 여운이 더 크게 남습니다. 웃음으로 시작했지만, 보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느낌. 그게 이 영화가 가진 힘입니다.
공감은 비슷함이 아니라 다름에서 태어난다
많은 영화가 공감을 이야기하지만, 언터쳐블은 그 공감을 다루는 방식이 다릅니다. 보통은 비슷한 경험이나 상황을 통해 공감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오히려 차이에서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필립과 드리스는 모든 것이 다릅니다. 그런데도 둘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삶의 동반자가 되어갑니다. 그 진심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해집니다. 드리스는 필립을 동정하지 않고, 필립 역시 드리스를 무시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하나의 인격으로 바라보고 존중하기에 가능한 관계죠. 특히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이들의 관계는 말이 필요 없는 수준까지 깊어집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만들어진 신뢰와 애정은 어떤 설명보다도 강한 힘을 갖습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우정은 감정에만 기대지 않습니다. 선택과 책임이 함께합니다. 드리스가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는 순간, 그가 다시 돌아오는 장면은 단순한 감동이 아니라 결단입니다. 그가 돌아온 건 필립을 불쌍하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필립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필립 역시 드리스를 통해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감각을 되찾게 됩니다. 언터쳐블은 이런 이야기들을 강요하지 않고, 조용히 그려냅니다. 감정도 소리 없이 쌓이고, 감동도 드라마틱하지 않지만 진하게 남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거겠죠. 시간이 지나 다시 봐도, 처음보다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영화. 마음이 조금 시릴 때 다시 꺼내보면 위로가 되는 그런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