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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 1997 포스터
타이타닉 1997 포스터

레전드 영화 중 하나로 불리는 타이타닉. 1997년에 처음 개봉했을 당시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지금까지도 재개봉도 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영화입니다. 심지어 처음 공개됐을 때, 제작비 규모와 상영 시간이 큰 화젯거리였다고 합니다.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은 관객의 집중력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겁니다. 그 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걸요. 당시의 문화, 계급, 가치관이 드러나는 영화이면서도 배가 침몰하는 심각한 상황과 잭과 로즈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잘 조합해 내서 더 깊은 기억에 각인되는 듯합니다. 누군가는 로즈에게서 답답한 현실을 느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잭을 통해 자유와 용기의 의미를 다시 찾아냈을 것입니다. 

기술과 감정이 만든 실제 사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수많은 기술적 실험을 감행했습니다. 이제 20년도 더 된 영화지만, 당시 기술력으로는 굉장히 선두에 섰던 영화입니다. 거대한 세트를 더 진짜처럼 만들기 위해서 카메론 감독은 실제로 심해 탐사선을 이용해 타이타닉 침몰 현장을 촬영하고 조사했습니다. 타이타닉이 침몰한 것은 실제로 있던 사건인데 그 배를 최대한 재현해내 현실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세트 제작에는 당시 배의 도면과 사진을 바탕으로 극도로 세밀한 복원이 이루어졌습니다. 1등석의 벽지 무늬, 계단 손잡이의 곡선, 레스토랑 식기의 금박 라인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요소들도 철저하게 재현되었습니다. 역시 카메론 감독이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그 정성은 영화 몰입에 엄청난 역할을 해냈습니다. 진짜 배에 다 같이 탄 것처럼 말입니다.

물이 선실을 채워가는 장면에서의 압도적인 긴장감, 군중이 갑판을 오르내리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불안감, 그리고 침몰의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지는 혼란과 정적은 감정을 이리저리 주무릅니다. 그 순간을 함께 견뎌내는 기분이 듭니다. 재개봉했을 때 4D도 함께 개봉했었는데 물도 살짝살짝 뿌려지고 의자가 흔들려서 더 현실감이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감정선의 고도를 잘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에는 배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웃음, 일상적인 모습들을 오랜 시간 동안 보여줍니다. 타이타닉에 탄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하나의 작은 사회를 보여줍니다. 그 사회 안에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있고 주로 잭과 로즈의 감정이 터져나오는 것이지만, 위급 상황에 누군가 처할 때마다 제발 살아줬으면 하는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잭과 로즈의 죽음을 넘어선 사랑

잭과 로즈는 처음부터 속해 있던 사회가 다른 사람들이었습니다. 한 사람은 자유를 사랑하며 살아온 떠돌이 예술가였고, 다른 한 사람은 가족과 사회가 정해준 틀 속에서 살던 상류층의 딸이었죠. 서로 다른 세상에서 온 이들이지만 그들이 서로에게 이끌렸던 이유는 겉모습 때문만은 아니라 오래도록 숨겨두었던 갈망을 서로 발견했기 때문일 겁니다. 로즈는 부유하고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늘 숨이 막힌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약혼자 칼이 대표하듯, 그녀를 둘러싼 세계는 통제와 계산, 체면과 기대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그런 로즈에게 잭은 숨통을 틔워주는 존재였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줘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 계산 없이 웃고 순간을 즐기는 사람이 그녀에게 얼마나 새로워 보였을까요. 처음엔 믿지 않았지만 배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감정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잭 역시 로즈를 통해 인생에서 처음으로 지켜내고 싶은 감정을 만났습니다. 그는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자유로운 삶을 살았지만 로즈와 함께라면 내일이 조금 더 궁금해지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이룬 감정은 수십 년을 살아도 얻지 못할 깊이였다고 생각합니다. 진짜 사랑은 서로 알아본다고 하는데, 잭과 로즈가 딱 그런 케이스였을겁니다.

두 사람이 함께 웃고 춤추고, 모두가 따라 하는 자세인 갑판에서 바람을 맞는 장면들은 진심으로 행복해 보이고 사랑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더욱 두 사람의 사랑이 오래가지 못했다는 사실이 안타깝고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어떻게든 살아서 계급이고 사회의 시선이고 벗어던지고 함께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짧지만 모든 게 담긴 사랑이었기 때문인지 로즈는 잭을 오래도록 기억해 주었습니다.

침몰 뒤 일렁거리는 감정의 잔상

빙산과 부딪힌 이후 배는 점점 물에 잠기고 대혼란이 시작됩니다. 음악이 흐르고 아름다운 꿈만 같던 공간이 공포와 절망으로 물들어갑니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공포를 마주합니다. 어떤 이는 아이를 꼭 안고 조용히 눈을 감고, 어떤 이는 끝까지 악기 연주를 멈추지 않으며 품위를 지키려 합니다. 이 절망적인 순간들 속에서 인간이 지켜내고자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줍니다. 살아남으려는 의지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마지막까지 지키려는 사랑, 그 순간에도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자세, 모두가 무너지는 와중에도 사람다움을 지키려는 선택들이 가슴에 오래 남습니다. 죽음을 눈앞에 마주한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 방식은 어떤 것이든 이해가 되었습니다.

잭이 마지막에 물에 남고 로즈에게 생존의 기회를 넘겨주는 장면은 살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더 안타깝습니다. 현실적으로 함께 떠 있을 수 있었는지 여부는 논쟁의 여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도 다양한 사람들이 같이 살 수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실제로 세트장을 건설해 실험해 본 경우도 있었습니다. 같이 살면 당연히 더 좋았겠다만, 영화적 해석이라는 것도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잭의 선택은 희생을 넘어서 로즈에게 자신의 삶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을 주는 결정이 되었습니다. 로즈는 이후 자기가 원하는 것들을 경험하며, 잭을 마음에 품고 살아갔습니다. 오래전 배 위에서 약속했던 것처럼, 잭과 나눈 시간과 감정을 잊지 않고 자신의 삶을 자신답게 살아낸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큰 용기를 줄 수 있는지를 다시금 느끼게 합니다. 짧지만 강렬한 사랑의 힘이 지금까지 이어져서 로맨스 영화로 자주 회자되는 것 아닐까요. 운명적인 상대를 만났다는 사실 자체를 경험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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