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비티를 처음 본 날은 이상하리만치 조용한 밤이었습니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느껴졌던 건 이야기보다 정적이었습니다. 흔히 보는 SF 영화처럼 요란한 장면도 없고, 인물을 통해 강하게 감정을 끌어내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시작된 그 장면 속에서 이상하게도 가슴 한쪽이 저려왔고, 말도 없이 떠다니는 인물의 모습에 자꾸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우주라는 공간을 무대 이상으로 사용했습니다. 화면은 넓었고,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으며, 등장인물은 거대한 침묵 속에 홀로 있었습니다. 영화는 그렇게 조용한 긴장감 속에서 관객을 끌어당깁니다. 대사가 없을수록 감정은 더 커졌고, 인물의 호흡은 화면을 뚫고 밖으로 퍼졌습니다. 우주의 광활함은 스펙터클이 아니라 고독으로 다가왔고, 그 속의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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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3. 26. 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