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번 보고 잊는 영화들이 많은 요즘, 이 영화는 보고 나서도 오래 머릿속에 남아 있었습니다. 행복이나 그런 느낌으로 오래남은 것은 아니고 충격이 컸던 것 같습니다. 케빈에 대하여는 특정 장르로 분류하기 어렵고, 누군가에게 쉽게 추천하기에도 조심스러운 작품입니다. 폭력적인 장면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안에서 다뤄지는 감정들이 워낙 낯설고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사건보다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기 때문에, 보는 동안 마음 한쪽이 계속 눌린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 찜찜한 감정이 계속 남습니다. 특히 평범한 일상의 틈새에 스며든 위태로운 공기가 자꾸 마음을 건드리는 것 같았습니다.정신질환으로 설명되지 않는 감정 없는 표정처음부터 케빈은 뭔가가 달랐습니다. 세상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지..

처음 영화 설명을 봤을 때, 익숙한 기억상실 스릴러인가 했습니다. 주인공이 기억을 잃고, 진실을 찾아가는 구조는 많이 봐왔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면 분위기나 감정선이 훨씬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기억상실 너무 클리셰 같다 했는데 다른 느낌의 기억상실 영화였음.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 기억이 리셋이 되는 약간 메멘토스러운 느낌. 누구 말이 맞는지조차 헷갈리고, 주변 사람들의 표정과 말투가 하나같이 수상하게 느껴지면서 불안은 점점 커집니다. 스릴러 장르답게 긴장감은 유지되지만, 감정선이 끌고 가는 흐름이 더 주요하게 와닿습니다. 크리스틴의 하루는 기억이 계속 끊기는데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감정의 흐름이기 때문에 스토리가 다채로워집니다. 기억을 잃는다는 건 과연 어떤 감각일까라는 ..

축축하고 어두캄캄한 분위기가 계속 되는 영화. 셔터 아일랜드는 처음 봤을 때와 시간이 지난 후 다시 봤을 때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영화입니다. 첫 관람 때는 미스터리한 분위기에 끌려들어가게 됩니다. 폐쇄된 섬, 실종된 환자, 수사관이라는 익숙한 구도가 펼쳐지니까요. 어두운 바다를 배경으로 정신병원이 자리 잡은 섬이라는 설정만으로도 불안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자연스럽게 범인을 추리하고 진실을 찾아가는 수사극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이야기가 깊어질수록 다른 감정들이 스며들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겉으로 보이는 사건보다 인물의 내면, 특히 주인공이 겪는 혼란과 무의식의 흐름에 집중합니다. 보고 난 뒤 머릿속을 정리하다 보면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깁니다. 두 번째 관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의 본심이 드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