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에서 음악 영화 하면 생각나는 것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비긴 어게인은 뉴욕을 배경으로 삶이 어긋난 두 사람이 음악을 통해 다시 일어나 삶을 새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다시 어떤 형태로든 삶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주인공과 그 주변 스토리로 보여줍니다. 모든 것이 잘 흘러가던 시간은 지나가 버렸고 누군가는 음악을 잃고 누군가는 사랑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고통을 겪은 두 사람은 점점 감정을 공유하고 서로 힘이 되어 자신을 다시 조립해 나가기 시작합니다. 도시의 소음 속에서 각자가 가지고 있는 상실의 흔적을 극복해 나가며 아름다운 음악까지 들려주는 영화였습니다.공허를 가져온 상실의 순간그레타는 오랜 시간 함께 곡을 만들고 노래를 부르던 연인과 뉴욕으로 이사왔습니다...

레전드 영화 중 하나로 불리는 타이타닉. 1997년에 처음 개봉했을 당시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지금까지도 재개봉도 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영화입니다. 심지어 처음 공개됐을 때, 제작비 규모와 상영 시간이 큰 화젯거리였다고 합니다. 3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은 관객의 집중력을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겁니다. 그 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걸요. 당시의 문화, 계급, 가치관이 드러나는 영화이면서도 배가 침몰하는 심각한 상황과 잭과 로즈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잘 조합해 내서 더 깊은 기억에 각인되는 듯합니다. 누군가는 로즈에게서 답답한 현실을 느꼈을 것이고, 누군가는 잭을 통해 자유와 용기의 의미를 다시 찾아냈을 것입니다. ..

학교마다 자주 틀어주는 영화였던 세 얼간이. 요즘도 학교에서 영화 틀어주고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학교에서 틀어줄 만한 영화라고 생각되긴 합니다. 인생 첫 인도 영화를 세 얼간이로 시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지 않을까요? 우선 저는 그랬습니다. 얼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제목만 보고는 웃긴 이야기일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다들 최애 영화 중에 왜 세 얼간이가 있는지 이해가 됩니다. 제목에서도 보이듯이 세 명의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파르한, 라주, 그리고 란초. 이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이유로 명문 공대 ICE에 입학합니다. 서로 전혀 다른 환경과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웃고 부딪히며 변해갑니다. 파르한은 사진을 좋아했지만 아버지의 뜻에 맞춰 공학을 공부하게 되었고, ..

본격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소울. 물론 어린이가 봐도 문제없지만, 어른한테 훨씬 더 좋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죽음 뒤의 세계와 재즈가 주 소재지만 삶 자체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입니다. 혹시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살아내고 있냐고요. 주인공 조는 재즈를 위해 살아왔습니다. 재즈 피아노에 인생을 걸었고, 늘 무대에 서는 순간을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아냅니다. 그 꿈은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아서 그를 지치게 했고, 그는 자신이 일로 하고 있는 수업과 가족과의 일상도 그저 그런 일들로 여깁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가까워졌다고 느끼는 순간 예상치 못한 사고로 태어나기 전의 세계라는 곳으로 가버리게 됩니다. 그는 그 세계에서 아직 지구에 가본 적 없다고 말하는 22번 영혼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함께..

제목이 매우 길어서 에에올이라고 불렸던 그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멀티버스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는 훨씬 더 감동 넘치는 현실적인 가족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수많은 우주, 수많은 가능성이 어지럽게 얽히는 이야기지만 정작 중심에는 익숙한 일상 속에서 흔들리는 가족의 모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사랑받고 싶었던 기억, 이해받지 못했던 순간, 자꾸 어긋나는 대화들. 멀티버스라는 장치를 통해 영화는 우리 모두가 겪는 작고도 복잡한 감정들을 정신없이 보여줍니다. 한 사람 안에 얼마나 많은 모습이 존재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중 무엇을 선택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일지 생각할 수 있습니다.멀티버스에 휘몰아치는 정체성 붕괴영화의 중심에는 에블린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며 하루하루를 ..

1960년대 미시시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헬프는 당시의 현실을 꾸밈없이 보여줍니다. 평화롭고 질서 있어 보이는 동네 안에, 말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는 불평등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백인 가정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들은 집 안 곳곳을 정리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도, 집주인과는 분명히 선을 그은 관계였습니다. 누구도 그들을 함부로 대한다고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행동이나 말 그리고 시선 하나하나가 분명하게 다른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 시절, 그 동네에서 살아간다는 건 피부색에 따라 삶의 방식 자체가 정해지는 일이었습니다. 백인은 선택할 수 있었고, 흑인은 참고 견디는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법보다 더 강력한 건 원래부터 그랬다는 분위기였고, 그 안에 속한 사람들은 차별을 차별이라 말하지 못한 채..